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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20명 중 1명 '다문화 가정' ...언어 장애에 학교선 놀림까지

김연주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11-21 20:35

4년 새 11만여명 급증
19개월 아이 "엄마" 못 하기도

인천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김모(10)군은 한국인 어머니와 파키스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귀화하면서 성을 김씨로 바꿨다. 얼굴이 까만 편인 김군은 지난달 학교 쉬는 시간에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아빠가 깜둥이인데 넌 왜 한국에 왔느냐"는 놀림을 받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필리핀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대구 한 초등학교 4학년 최모(12)양은 학교에서 외톨이와 다름없다. 피부색 때문이다. "너희 엄마는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최양은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어 성적이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저출산으로 국내 신생아 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인 다문화 가정 출산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1일 통계청의 '다문화 인구 동태 통계'에 따르면 전체 출생아 가운데 다문화 가정 아이 비중이 4.7%를 기록, 1년 전보다 0.4%포인트 늘어났다. 신생아 20명 중 1명꼴이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한국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앞으로 학교와 직장을 통해 한국 사회에 통합되지 못하면 훗날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어머니가 외국 출신인 자녀는 어린 시절 언어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학교생활 초반기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2년 전 결혼해 한국에 온 베트남 어머니를 둔 19개월 박모군은 아직 '엄마'라는 말을 제대로 못 한다. 대신 박군은 어머니를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고 침을 뱉는 행동 등으로 자신의 불만이나 요구를 전달한다. 어머니의 한국어가 서툴러서 생긴 모자간 갈등이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의 언어 발달 상태는 정상보다 6개월 이상 늦은 경우가 2세 때 18.6%에서 6세 때는 67.2%로 점점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6세 다문화 어린이 중 18%는 언어장애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나 역사로 인한 차별에도 시달린다. 일본 출신 어머니를 둔 서울 사는 임모(14)양은 독도 뉴스가 나올 때마다 친구들로부터 "너 엄마 쪽바리지? 너희 나라로 가. 알짱거리지 마"라는 욕을 들었다. 임양은 그럴 때 화장실에서 혼자 울곤 했다.

여성가족부 산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동아대 이학춘 교수는 "다문화 가정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게 돼 있다"며 "현재 상태가 지속되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들을 받아들이는 한국 사회의 경직된 분위기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몽골 출신 어머니를 둔 최모(6)군은 자국 전통대로 머리를 어깨까지 기르고 유치원에 갔다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 외국 사는 한국인이 한국 전통을 유지하는 건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반대의 경우는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문제라는 얘기다. 서울온드림다문화가족교육센터 이현정 센터장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가장 먼저 대하는 교사들조차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교사 자격시험의 한 과목으로 넣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 출신 청소년 범죄가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지난 3월 러시아 출신 어머니를 둔 정모(17)군은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한 연립주택 주차장에서 종이박스에 불을 질러 건물 외벽을 태우는 등 하루 동안에만 3차례 불을 지른 혐의로 잡혔다. 경찰은 정군이 초등학교 때부터 남다른 외모 때문에 지속적인 놀림에 왕따까지 당한 것이 방화로 이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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